약수터 할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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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rntmf 댓글 1건 조회 200회 작성일 19-12-12 12:10본문
창문으로 보이는 겨울의 스산한 풍경이 햇살을 입어 반짝이는 아침이다. 분주했던 시간이 잠시 게을러지면 이제부터는 나의 자유가 시작된다.
보온병에 진한 인스탄트 커피 한잔을 담아서 가방에 넣고는 자유를 만끽하러 나는야 산으로 간다. 산 진입목에선 단풍나무 한그루가 나를 반긴다. 언제나 그 자리에서 예쁜 모습으로 옷을 바꿔 입어가며
반겨주는 모습에 나의 입가엔 미소가 머금어 진다. 겨울이 온지가 언젠데 아직도 붉디 붉게 그 자태를 뽐내고 서 있다니 참으로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언제부턴가 나는 산에 가는것이 큰 즐거움이 되었다. 특별한 계기가 있었던 것도 아닌데 자꾸 산에 오른다. 계절이 바뀌어 낙엽이 쌓이고 제법 찬기운 쎈 요즘 날씨에도 산은 참으로 재미있는 풍경으로 그득하다.
어느듯 약수터에 도달했다. 할아버지 한분만이 약수터에 계시는 모습이 언제나처럼 비슷한 풍경인지라 더 높이 오르기 위해 길을 재촉했다. 그런데 항아버지께서 들고 오시는 커다란 카세트에 문제가 생긴 듯
무척 당황해 하시는 모습이 역력했다. 순간 눈이 마주쳤는데 좀 도와달라는 간절함이 깃든 눈빛을 져 버릴 수가 없었다. 내가 뭘 할 수 있는 입장이 전혀 아니었지만 80이 넘어 보이시는 노인을 외면할 수 있는 강심장도 아니였기에 가까이 다가갔어 " 할아버지~ 카세트에서 노래가 안나옵니까? " "아~ 네 뭐가 잘못 눌려졌는지 소리가 아예 죽었네 " 하신다.
그 할아버지는 약수터에 오셨어 흘러간 옛노래를 감상하시는 취미가 있으신지 오래전부터 그러고 사신다는 걸 오며가며 알게 된 터였다. 산에 오를땐 나만의 무아지경에 빠지기때문에 모든것에 무심해 지는 나이지만
그 정도는 아는 정도이다. 할아버지의 고민을 해결해 드리기위해 노력했고 마침내 노래소리가 다시 흘려 나왔다. 할아버지의 기쁜 웃음이 되살아 났어 나도 무척 다행이다 싶었다.
오늘은 여기가 가고자 했던 정상이 되었다. 카세트에선 옛날 우리 아버지께서 즐겨 부르시던 구수한노래 가락이 약수터에 울려 퍼졌다.
커피를 나눠 마셨고 주신 홍삼 캔디도 까먹고, 물구나무서기도 하고, 몸통 돌리기도 하고, 스트레칭을 하는데도 기분이 날아갈 듯 좋았다.
오래된 어르신의 계속 되는 칭찬에 서둘러 자리를 뜨고 집으로 왔다.
댓글목록
rntmf님의 댓글
rntmf 작성일
010 4336 0882
행복했던 하루를 다시 한번더 생각할 수 있게 해줘서
고마웠습니다
그날 저는 참 행복했거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