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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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one8848 댓글 0건 조회 148회 작성일 19-11-15 13:17본문
저는 엄마와 평소 대화를 많이 하는 편입니다. 중학교 때부터 학교 때문에 나와서 산 기간이 길어서 그런지 엄마와 더 애틋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하루는 외할머니가 돌아가셨는데 그 전에 제주도여행이 계획됐었다는 이야기를 엄마로부터 듣게 됐습니다. 요즘 젊은사람들은 해외를 밥먹듯이 다녀오니 요즘같은 시대에 제주도 못가본 사람이 누가 있냐고 말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시골에 사는 사람들은 제주도여행을 못가본 분들도 생각보다 많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옛날엔 가난해서 못가고 형편이 피면 건강이 안 좋아서 못가는 것입니다. 외삼촌과 이모들이 의기투합해 외할머니를 모시고 제주도여행을 기획했지만 갑자기 외할머니가 아프시는 바람에 취소가 됐답니다. 그리고 그길로 중환자실에 입원하시게 됐던 것입니다. 그 이야기를 듣고보니 제 마음이 뜨끔하게 됐습니다. 그당시 갓 결혼을 해서 여기저기 해외여행을 다닐 계획에 부풀어 있었는데 내가 그럴때가 아니란 생각이 들어서였습니다.
저희 엄마도 제주도를 가본 적이 없었습니다. 외할머니처럼 비행기를 타본 적이 아직 없었습니다. 저는 부랴부랴 비행기표를 구했고 제주도 숙박업소도 알아봤습니다. 마침 제주도에 고모가 살고 계시니 간 김에 오랫동안 못뵌 고모도 볼 계획을 세웠습니다. 평상시 여행을 별로 좋아하지 않던 아빠도 고모를 볼 수 있다니 흔쾌히 허락을 해주셔서 제주도 여행이 성사됐습니다. 저는 어머니가 그렇게 여행을 좋아하는지, 사진 찍기를 좋아하는지 그때 처음 알았습니다. 날씨가 그렇게 좋지 않았음에도 여기저기 사진 찍으러 분주하게 돌아다니시는 모습이 꼭 여고생을 마주하는 것 같았습니다. 이제야 결혼해서 마음에 여유도 생기고 부모님을 이제서라도 여행시켜드릴 수 있는 기회를 가짐에 너무 행복했습니다.
지금도 어머니는 그때 얘기를 가끔씩 하십니다. 여행 갔다오고 나서는 다음엔 또 다른데 가고 싶으면 딸한테 이야기하자는 말도 나누셨다고 합니다. 부모님한테 지금까지 받기만 하고 살았는데 부모가 자식에게 주는 것만 사랑이고 행복인 것은 아니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자식이 부모님에게 뭔가를 드릴 수 있는 것도 사랑이고 행복입니다. 받는 기쁨 못지않게 주는 기쁨, 주는 행복도 크다고 생각합니다. 100세시대라지만 부모님은 언제 돌아가실지 모릅니다. 좋은걸 하면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 먼저 떠오르듯 기술이 발전해 내가 뭔가를 누릴 때마다 부모님을 돌아보고 같이 나누면 더불어 행복할 수 있겠다는 걸 깨달은 날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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