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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체적으로 들었다. 햇빛에 살았다.편집자주
정신건강의학과 김지용, 오동훈, 허규형 전문의가 영화나 드라마 속 캐릭터들의 심리를 분석하며 우리의 마음도 진단합니다.
애니메이션 '더 퍼스트 슬램덩크'는 만화와 달리 단신 가드 송태섭이 주인공이다. 에스엠지홀딩스 제공
지난해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많이 부른 노래는 ‘나는 반딧불’이다. 세계적 인기를 끄는 아이돌 가수들이 가득한 음악 시장에서 무명 가수의 노래가 그토록 흥행한 이유 중 하나는 가사의 힘이다. ‘빛나 사이다릴게임 는 별인 줄 알았던 내가 흔한 벌레임을 알았을 때의 슬픔과 상실감, 하지만 그럼에도 눈부실 수 있어 괜찮다’는 메시지가 요즘 사람들의 마음과 공명했다.
진료실에서는 이 노래의 앞구절에 담긴 마음을 매일 듣는다. 별이길 바랐던 소망과 믿음을 쉽게 무너뜨리는 오늘날이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보면 다 나보다 잘 사는 것 같고, 나 말고는 바다이야기부활 다 취업되는 것 같고, 나 말고는 다 주식과 코인으로 부자가 된 것처럼 느껴진다. 성공의 기준은 너무 높아졌고, 평범함은 비난과 조롱의 대상이 됐다. 만족감이 아닌 좌절감의 공격을 매일 받는 시대에 이 노래는 위안을 주었다.
작은 반딧불에 끌리는 마음
오션파라다이스릴게임 '더 퍼스트 슬램덩크' 속 채치수(왼쪽)와 강백호. 에스엠지홀딩스 제공
‘나는 반딧불’을 들으면 자꾸 생각나는 캐릭터들이 있다. 내 인생 최고의 만화 ‘슬램덩크’, 만년 약체 고등학교 농구부의 전국 대회 도전을 그린 이 만화 속 여러 인물이 떠오른다. 별이 가득한 밤하늘에는 필연 릴게임온라인 적으로 더 크게 빛나는 별도, 그에 가려져 잘 보이지 않는 별도 있듯이 이 만화 속 세상도 그렇다. 압도적인 스타플레이어도, 별이었는데 추락한 이도, 별이라 믿어왔지만 훨씬 큰 상대 앞에서 초라한 자신을 마주하는 이도 등장한다. 이처럼 다양한 캐릭터 중 누구에게 우리의 마음이 더 끌릴까?
지난 30여 년간 진행된 수많은 인기 투표 결과의 바다신릴게임 가장 큰 특징은 주인공에게 인기가 편중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주인공 팀원뿐만 아니라 적수로 만난 선수들에게도 인기의 지분이 골고루 나뉜다. 연재 초반 인기투표 선두를 차지했던 것은 약체 북산고에 변화를 가져온 두 명의 신입생이다. 농구공을 잡은 지 두 달 만에 주전이 되는 천재적 운동 능력의 주인공 강백호와 명문고들의 스카우트 제의를 받았으나 집이 가깝다는 이유로 북산고에 입학한 서태웅. 너무도 매력적인 두 별이 최상위권에 자리한 것은 당연해 보였으나, 언젠가부터 그 자리의 주인이 바뀌었다. 이 둘은 건강한 자존감과 무한한 자신감을 동시에 지닌 매력적인 캐릭터지만, 역설적으로 그렇기에 인기 1위를 오래 차지할 수 없다. 왜냐하면 그 모습이 현실 속 독자들과 너무 달라 생경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부러움의 대상은 될 수 있어도 투사의 대상이 되기는 어렵다.
그들의 자리를 빼앗은 건 더 뛰어난 운동 능력과 농구 실력을 지닌 더 큰 별이 아니라, 추락한 별과 반딧불이었다. 이번 글에서는 대부분 투표에서 인기 1위를 놓치지 않는 정대만이 아닌, 최근 들어 2위로 올라온 송태섭의 이야기를 해 보려 한다. 원작 만화에서 가장 작은 키의 문제아라는 점 외에는 크게 드러나지 않던 송태섭은 2022년 개봉한 애니메이션 ‘더 퍼스트 슬램덩크’를 통해 개인적 서사가 추가되며 인기를 끌게 됐다. 이 스핀오프 영화가 엄청난 흥행을 거둔 이후 ‘왜 하필 송태섭을 주인공으로?’라던 비판적 목소리도 싹 사라지게 됐다. 그의 어떤 서사가 우리 마음을 크게 뒤흔든 걸까?
형의 그림자를 뚫고
애니메이션 '더 퍼스트 슬램덩크'의 한 장면. 에스엠지홀딩스 제공
이 영화는 작중 하이라이트인 최강 산왕공고와의 전국 대회 경기를 배경으로, 송태섭의 과거사를 경기 중간중간 회상 형식으로 풀어내는 이중적 구조를 취하고 있다. 어린 시절 오키나와에서 세 살 위 형을 따라 농구를 하던 초등학생 송태섭은 급작스럽게 아버지의 죽음을 맞는다. 자신이 이제 집안의 주장이 되겠다고 말하며 어머니를 위로하는 든든한 형 준섭은 집안 기둥이면서 태섭의 우상이었다. 농구팀 주장이자 지역 최고의 특별한 인재로 불리던 형의 모습은 자랑스러웠고 신기하게 생일까지 똑같은 형제의 우애는 깊었다. 아버지의 결핍까지 메꿔 주는 존재였을 것이다. 친구들과의 약속으로 자신을 남겨 두고 낚싯배를 타는 형에게 삐친 태섭은 “다신 돌아오지 마!”라고 소리쳤는데, 하필 그날이 형과의 마지막 날이 됐다.
가족과의 사별을 연달아 겪은 분들을 가끔 진료실에서 뵐 때가 있다. 두 번의 사별은 단순히 두 배의 고통이 아니다. 곱절의 고통, 절망감, 그리고 죄책감이 남은 가족들의 마음을 덮치고 그들 사이까지 갈라놓게 되는 경우가 많다. 이전보다 더욱 서로를 챙기고 애틋해야 할 태섭과 어머니의 사이도 그렇게 멀어져 갔다. 형과 같은 백넘버를 달고 뛰는 태섭을 볼 때마다 잃어버린 준섭이 생각나는 어머니는 경기장을 잘 찾지 않는다. 간혹 찾은 날 밤에는 형의 경기 테이프를 돌려 보며 눈물 흘리는 어머니의 모습에 태섭의 죄책감은 더 커져 간다. 매년 찾아오는 생일에 ‘살아 있는 게 저라서 죄송하다’는 말을 삼키게 된다. 상처를 잊으려 이사 간 곳에서 학교 폭력을 당하기도 하는 가운데, 형이 없는 세상에서 농구만이 위로가 되었다.
하지만 그 농구에서도 그는 별이 되기 어려운 현실을 마주했다. 나름의 재능을 가지고 있지만, 키와 높이가 가장 중요한 스포츠에서 항상 가장 작은 키로 자신보다 강한 상대를 만났다. 신체적 한계도 있지만 더 크게 그를 짓누른 것은 자신보다 훨씬 뛰어난 농구선수였던 형의 그림자다. 형하고는 다르다는 주변의 평가도, 형만큼 농구를 잘하지 못하기에 어머니를 웃게 만들 수 없다는 혼자만의 자괴감도 엄청 무거웠을 것이다. 오늘날 사람들이 겪을 열등감과 좌절감을 가장 잘 대변하는 인물이기에 26년 만에 등장한 스핀오프 작품의 주인공이 된 것인지도 모르겠다. 앞서 말했듯 지금은 모두가 나보다 잘나 보이는, 내가 무엇을 해도 나보다 잘난 사람들이 득실거리는 시대이니까.
1학년 때부터 전국 최강 산왕공고의 주전을 차지한, 도저히 이길 틈이 없어 보이는 완벽한 포인트가드 이명헌과의 대결은 송태섭에게 상징적 의미를 지닌다. 절대 넘어설 수 없었던 형을 떠올리게 만들기 때문에 자꾸만 과거를 회상하게 된다. 연습 도중 매번 밀려 넘어지던 자신에게 형이 남겼던 말도 떠올린다. “나도 항상 무서워. 심장이 쿵쿵거리지. 그래서 이를 악물고 센 척하는 거야.” “넘어진 다음이 중요해. 피하지 마.” 산왕의 압도적 실력에 송태섭은 경기 도중 몇 차례나 넘어지고 마음도 꺾일 뻔하지만, 결국에는 피하지 않는다. 이를 악물고 맞선다. 경기를 지배한 별은 아니었지만 순간순간 빛나는 반딧불 같은 그의 모습이 결국 팀에 승리의 흐름을 가져왔다.
좌절은 종말이 아닌 일상이다
개봉 3주년을 기념해 이달 특수 상영관 한정으로 재상영한 '더 퍼스트 슬램덩크' 포스터. NEW 제공
보통 스포츠에서는 우승이 최고 덕목이라고, 결과가 모든 걸 말해준다 하지만 슬램덩크의 결말은 그렇지 않다. 우승에 실패한 팀의 이야기를 다룬 이 작품이 연재 종료 30년이 되어 가는 지금까지 최고의 스포츠 만화로 뽑히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 결과가 모든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우리가 알기 때문이다. 우승하지 못한 이들도 다 같이 빛나며 반딧불들의 가치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모든 등장인물들이 자신의 방식대로 빛난다. 평범함이 어떻게 아름다울 수 있는지, 별이 아니어도 어떻게 빛날 수 있는지 우리에게 알려 준다.
우리의 삶은 단순히 평범함과 영웅이라는 이분법으로만 나뉘지 않는다. 이 작품 최고의 순간은 단연코 이 두 장면이다. 만년 도내 꼴찌이던 북산고가 전국 대회 출전권을 따내는 순간과 전국 대회에서 최강 산왕공고에 승리하는 순간. 두 장면 모두 평범함이 주인공이 된다. 누구보다 평범한 안경 선배가 전국 대회 출전을 결정짓는 영웅이 된다. 산왕 상대로의 결승 득점은 주인공 강백호의 것이지만 영웅적 운동 능력으로 만들어낸 슬램덩크가 아닌, 농구에서 가장 평범한 중거리 점프슛이다. 여정의 시작과 끝에 평범함이 있는 것이 이 작품이 전설이 된 이유라고 나는 생각한다. 현실 세계 속 독자인 우리는 모두 평범하니까.
스스로의 평범함을 아쉬워하고 슬퍼하고 미워하지만 그럼에도 받아들일 수밖에 없고, 별이 아님에도 빛나고 싶은 마음을 품은 채 평범한 일상을 견뎌 나가는 것이 우리의 삶이다. 언젠가 빛날 순간을 기다리며. 끝내 그 순간이 오지 않을 수 있지만, 그래도 괜찮을 수 있다. 슬램덩크 속 그 어떤 팀도, 어떤 캐릭터도 실패자가 아니다. 모두 꿈을 위해 열심히 달렸지만 결과는 제각각이다. 그게 현실이니까. 마냥 열심히 했다고 해서 무조건 우승하는 현실은 없다. 하지만 누구에게나 좌절은 종말이 아닌 일상이다. 실패했다고 실패자는 아니다. 그 좌절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지금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는 이들의 삶은 빛이 난다. 주인공이나 천재가 아니더라도.
김지용 연세웰정신건강의학과의원 대표원장
정신건강의학과 김지용, 오동훈, 허규형 전문의가 영화나 드라마 속 캐릭터들의 심리를 분석하며 우리의 마음도 진단합니다.
애니메이션 '더 퍼스트 슬램덩크'는 만화와 달리 단신 가드 송태섭이 주인공이다. 에스엠지홀딩스 제공
지난해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많이 부른 노래는 ‘나는 반딧불’이다. 세계적 인기를 끄는 아이돌 가수들이 가득한 음악 시장에서 무명 가수의 노래가 그토록 흥행한 이유 중 하나는 가사의 힘이다. ‘빛나 사이다릴게임 는 별인 줄 알았던 내가 흔한 벌레임을 알았을 때의 슬픔과 상실감, 하지만 그럼에도 눈부실 수 있어 괜찮다’는 메시지가 요즘 사람들의 마음과 공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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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반딧불에 끌리는 마음
오션파라다이스릴게임 '더 퍼스트 슬램덩크' 속 채치수(왼쪽)와 강백호. 에스엠지홀딩스 제공
‘나는 반딧불’을 들으면 자꾸 생각나는 캐릭터들이 있다. 내 인생 최고의 만화 ‘슬램덩크’, 만년 약체 고등학교 농구부의 전국 대회 도전을 그린 이 만화 속 여러 인물이 떠오른다. 별이 가득한 밤하늘에는 필연 릴게임온라인 적으로 더 크게 빛나는 별도, 그에 가려져 잘 보이지 않는 별도 있듯이 이 만화 속 세상도 그렇다. 압도적인 스타플레이어도, 별이었는데 추락한 이도, 별이라 믿어왔지만 훨씬 큰 상대 앞에서 초라한 자신을 마주하는 이도 등장한다. 이처럼 다양한 캐릭터 중 누구에게 우리의 마음이 더 끌릴까?
지난 30여 년간 진행된 수많은 인기 투표 결과의 바다신릴게임 가장 큰 특징은 주인공에게 인기가 편중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주인공 팀원뿐만 아니라 적수로 만난 선수들에게도 인기의 지분이 골고루 나뉜다. 연재 초반 인기투표 선두를 차지했던 것은 약체 북산고에 변화를 가져온 두 명의 신입생이다. 농구공을 잡은 지 두 달 만에 주전이 되는 천재적 운동 능력의 주인공 강백호와 명문고들의 스카우트 제의를 받았으나 집이 가깝다는 이유로 북산고에 입학한 서태웅. 너무도 매력적인 두 별이 최상위권에 자리한 것은 당연해 보였으나, 언젠가부터 그 자리의 주인이 바뀌었다. 이 둘은 건강한 자존감과 무한한 자신감을 동시에 지닌 매력적인 캐릭터지만, 역설적으로 그렇기에 인기 1위를 오래 차지할 수 없다. 왜냐하면 그 모습이 현실 속 독자들과 너무 달라 생경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부러움의 대상은 될 수 있어도 투사의 대상이 되기는 어렵다.
그들의 자리를 빼앗은 건 더 뛰어난 운동 능력과 농구 실력을 지닌 더 큰 별이 아니라, 추락한 별과 반딧불이었다. 이번 글에서는 대부분 투표에서 인기 1위를 놓치지 않는 정대만이 아닌, 최근 들어 2위로 올라온 송태섭의 이야기를 해 보려 한다. 원작 만화에서 가장 작은 키의 문제아라는 점 외에는 크게 드러나지 않던 송태섭은 2022년 개봉한 애니메이션 ‘더 퍼스트 슬램덩크’를 통해 개인적 서사가 추가되며 인기를 끌게 됐다. 이 스핀오프 영화가 엄청난 흥행을 거둔 이후 ‘왜 하필 송태섭을 주인공으로?’라던 비판적 목소리도 싹 사라지게 됐다. 그의 어떤 서사가 우리 마음을 크게 뒤흔든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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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메이션 '더 퍼스트 슬램덩크'의 한 장면. 에스엠지홀딩스 제공
이 영화는 작중 하이라이트인 최강 산왕공고와의 전국 대회 경기를 배경으로, 송태섭의 과거사를 경기 중간중간 회상 형식으로 풀어내는 이중적 구조를 취하고 있다. 어린 시절 오키나와에서 세 살 위 형을 따라 농구를 하던 초등학생 송태섭은 급작스럽게 아버지의 죽음을 맞는다. 자신이 이제 집안의 주장이 되겠다고 말하며 어머니를 위로하는 든든한 형 준섭은 집안 기둥이면서 태섭의 우상이었다. 농구팀 주장이자 지역 최고의 특별한 인재로 불리던 형의 모습은 자랑스러웠고 신기하게 생일까지 똑같은 형제의 우애는 깊었다. 아버지의 결핍까지 메꿔 주는 존재였을 것이다. 친구들과의 약속으로 자신을 남겨 두고 낚싯배를 타는 형에게 삐친 태섭은 “다신 돌아오지 마!”라고 소리쳤는데, 하필 그날이 형과의 마지막 날이 됐다.
가족과의 사별을 연달아 겪은 분들을 가끔 진료실에서 뵐 때가 있다. 두 번의 사별은 단순히 두 배의 고통이 아니다. 곱절의 고통, 절망감, 그리고 죄책감이 남은 가족들의 마음을 덮치고 그들 사이까지 갈라놓게 되는 경우가 많다. 이전보다 더욱 서로를 챙기고 애틋해야 할 태섭과 어머니의 사이도 그렇게 멀어져 갔다. 형과 같은 백넘버를 달고 뛰는 태섭을 볼 때마다 잃어버린 준섭이 생각나는 어머니는 경기장을 잘 찾지 않는다. 간혹 찾은 날 밤에는 형의 경기 테이프를 돌려 보며 눈물 흘리는 어머니의 모습에 태섭의 죄책감은 더 커져 간다. 매년 찾아오는 생일에 ‘살아 있는 게 저라서 죄송하다’는 말을 삼키게 된다. 상처를 잊으려 이사 간 곳에서 학교 폭력을 당하기도 하는 가운데, 형이 없는 세상에서 농구만이 위로가 되었다.
하지만 그 농구에서도 그는 별이 되기 어려운 현실을 마주했다. 나름의 재능을 가지고 있지만, 키와 높이가 가장 중요한 스포츠에서 항상 가장 작은 키로 자신보다 강한 상대를 만났다. 신체적 한계도 있지만 더 크게 그를 짓누른 것은 자신보다 훨씬 뛰어난 농구선수였던 형의 그림자다. 형하고는 다르다는 주변의 평가도, 형만큼 농구를 잘하지 못하기에 어머니를 웃게 만들 수 없다는 혼자만의 자괴감도 엄청 무거웠을 것이다. 오늘날 사람들이 겪을 열등감과 좌절감을 가장 잘 대변하는 인물이기에 26년 만에 등장한 스핀오프 작품의 주인공이 된 것인지도 모르겠다. 앞서 말했듯 지금은 모두가 나보다 잘나 보이는, 내가 무엇을 해도 나보다 잘난 사람들이 득실거리는 시대이니까.
1학년 때부터 전국 최강 산왕공고의 주전을 차지한, 도저히 이길 틈이 없어 보이는 완벽한 포인트가드 이명헌과의 대결은 송태섭에게 상징적 의미를 지닌다. 절대 넘어설 수 없었던 형을 떠올리게 만들기 때문에 자꾸만 과거를 회상하게 된다. 연습 도중 매번 밀려 넘어지던 자신에게 형이 남겼던 말도 떠올린다. “나도 항상 무서워. 심장이 쿵쿵거리지. 그래서 이를 악물고 센 척하는 거야.” “넘어진 다음이 중요해. 피하지 마.” 산왕의 압도적 실력에 송태섭은 경기 도중 몇 차례나 넘어지고 마음도 꺾일 뻔하지만, 결국에는 피하지 않는다. 이를 악물고 맞선다. 경기를 지배한 별은 아니었지만 순간순간 빛나는 반딧불 같은 그의 모습이 결국 팀에 승리의 흐름을 가져왔다.
좌절은 종말이 아닌 일상이다
개봉 3주년을 기념해 이달 특수 상영관 한정으로 재상영한 '더 퍼스트 슬램덩크' 포스터. NEW 제공
보통 스포츠에서는 우승이 최고 덕목이라고, 결과가 모든 걸 말해준다 하지만 슬램덩크의 결말은 그렇지 않다. 우승에 실패한 팀의 이야기를 다룬 이 작품이 연재 종료 30년이 되어 가는 지금까지 최고의 스포츠 만화로 뽑히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 결과가 모든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우리가 알기 때문이다. 우승하지 못한 이들도 다 같이 빛나며 반딧불들의 가치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모든 등장인물들이 자신의 방식대로 빛난다. 평범함이 어떻게 아름다울 수 있는지, 별이 아니어도 어떻게 빛날 수 있는지 우리에게 알려 준다.
우리의 삶은 단순히 평범함과 영웅이라는 이분법으로만 나뉘지 않는다. 이 작품 최고의 순간은 단연코 이 두 장면이다. 만년 도내 꼴찌이던 북산고가 전국 대회 출전권을 따내는 순간과 전국 대회에서 최강 산왕공고에 승리하는 순간. 두 장면 모두 평범함이 주인공이 된다. 누구보다 평범한 안경 선배가 전국 대회 출전을 결정짓는 영웅이 된다. 산왕 상대로의 결승 득점은 주인공 강백호의 것이지만 영웅적 운동 능력으로 만들어낸 슬램덩크가 아닌, 농구에서 가장 평범한 중거리 점프슛이다. 여정의 시작과 끝에 평범함이 있는 것이 이 작품이 전설이 된 이유라고 나는 생각한다. 현실 세계 속 독자인 우리는 모두 평범하니까.
스스로의 평범함을 아쉬워하고 슬퍼하고 미워하지만 그럼에도 받아들일 수밖에 없고, 별이 아님에도 빛나고 싶은 마음을 품은 채 평범한 일상을 견뎌 나가는 것이 우리의 삶이다. 언젠가 빛날 순간을 기다리며. 끝내 그 순간이 오지 않을 수 있지만, 그래도 괜찮을 수 있다. 슬램덩크 속 그 어떤 팀도, 어떤 캐릭터도 실패자가 아니다. 모두 꿈을 위해 열심히 달렸지만 결과는 제각각이다. 그게 현실이니까. 마냥 열심히 했다고 해서 무조건 우승하는 현실은 없다. 하지만 누구에게나 좌절은 종말이 아닌 일상이다. 실패했다고 실패자는 아니다. 그 좌절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지금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는 이들의 삶은 빛이 난다. 주인공이나 천재가 아니더라도.
김지용 연세웰정신건강의학과의원 대표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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