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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바이에서 다른나라까지 20피트 컨테이너 하나 보내는 게 이렇게 복잡할 줄은 몰랐어요.”

지난해 두바이에서 식재료 수입·유통업을 시작한 한 재미교포의 말이다. ‘중동 허브’라는 화려한 타이틀에 기대를 걸고 뛰어들었다가 생각보다 복잡한 물류 현실에 당황했다고 했다.
“허브니까 당연히 간단하고 저렴할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통관비에 보관료에 온갖 수수료까지 합치니 정작 운송비보다 부대비용이 더 나와요. 거기다 금요일 오후만 되면 관공서들이 일찍 문 닫아서 일정 짜기도 쉽지 않고요.”
한류가 인기를 끌면서 최근 중앙경제연구원
두바이에 한국 화장품과 건강식품 등 ‘K-뷰티’ 제품을 취급하겠다는 사람들이 부쩍 늘어났다. 중동 물류의 중심지인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를 기점으로 트레이딩 업체를 차려 중동 전역으로 진출하겠다는 포부다.
두바이가 세계적인 물류 허브라는 건 사실이다. 두바이 제벨알리 항구는 중동 최대 항만이고, 두바이 국제공항(DXB)은 2024년 황금포커성
9,230만명의 국제선 승객을 처리하며 11년 연속 세계 1위 자리를 지켰다. 그런데 현장에서 느끼는 물류 환경은 왜 이렇게 복잡하기만 할까?


창고 자리 잡기부터 통관까지, 두바이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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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바이 알 막툼 국제공항 조감도



두바이 물류 사업에 뛰어들기로 마음을 먹었으면 물류 창고를 어디에 잡을지를 먼저 정해야 한다.

두바이 제벨알리 프리존(JAFZA)은 누구나 인정하는 최고의 물류 거점이다. 항만과 바로 연결되고한일단조 주식
네트워크도 탄탄하다. 최근에는 알막툼 국제공항(DWC)과 연결된 두바이 사우스(Dubai South)도 입소문을 타고 있다. 임대료가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항공화물 특화 인프라도 잘 갖춰져 있기 때문이다.
도심 접근성을 중시한다면 두바이 인베스트먼트 파크(DIP) 같은 창고 밀집 지역도 고려할 만하다. 여기서 물류가 익숙해지면 두바이 외곽자화전자 주식
의 샤르자나 아부다비 물류 단지로 옮기는 방안도 고려해 볼 수 있다. 임대료가 더 저렴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무래도 인프라 수준에서는 두바이보다는 덜한 것이 사실이라 물류 초보에게는 추천하지 않는다.
말했듯이 두바이의 강점은 ‘최종 목적지’가 아니라 ‘중간 허브’ 역할이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에서 익숙하지 않은 아프리카 나라들로 직수출하려면 통관만 2~3주 걸리는 경우가 많지만, 두바이를 거치면 최종 통관 리스크를 줄이고 주문 대응 속도를 높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통관 측면에서는 두바이의 전자통관 시스템이 24시간 가동되지만, 요구하는 서류는 생각보다 많다. 원산지증명서, 상업송장, 포장명세서는 기본이고, 품목별 인증서가 필요하다. 관세율은 GCC 기본 5%가 일반적이지만, HS코드 분류·용도·협정 여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일부 품목은 반덤핑 조치 대상이므로 사전 확인이 필수다.
특이점으로는 2022년부터 기존의 금·토 주말에서 토·일 주말제로 바뀌었고 금요일은 반나절 근무란 것이다. 항만과 공항, 전자통관은 연중무휴로 운영되지만, 오프라인 관세창구 같은 곳은 금요일 정오까지만 한다. 여기에 라마단 기간에는 법정 근로시간이 줄어들어 처리 속도가 평소보다 늦다. 이런 사실을 잘 아는 업체들은 금요일 오후 전에 절차를 마무리하고, 라마단 전에 재고를 충분히 확보한다.


‘허브’라고 싼 건 아니다





아부다비 항구



가격은 어떨까. 컨테이너 운임은 보통 본선운임(Ocean Freight)에 각종 터미널 화물처리비(THC), 서류비, 연료할증료(BAF), 보안료 등의 로컬 차지(Local Charges)가 더해지는 구조다.

이 중 터미널 화물처리비(THC)의 경우는 두바이 항구가 20피트 컨테이너 기준 약 700디르함(약 190달러) 수준이다. 대한민국 부산항의 일반적 THC가 약 15만원(약 110달러) 선인 것을 생각해보면 매우 비싼 금액이란걸 알 수 있다.
더 골치 아픈 건 예상치 못한 추가비용이다. 서류 행정절차를 빠뜨려 재처리를 하거나, 검사 대상에 선정돼 창고에 며칠 더 보관하면 그때마다 비용이 불어난다.
실제로 중국의 한 제품 수입업체는 UAE 산업첨단기술부(MoIAT)의 ECAS 인증서를 누락해 통관이 2주 지연됐고, 그 사이 창고 보관료만 800달러가 추가됐다.
항공화물도 마찬가지다. 일반 화물은 통상 kg당 2~5달러 수준이지만, 소량·긴급·특수취급일 경우 8~10달러 이상까지도 오른다. 여기에 연료할증료와 취급료는 별도다.
한 물류업계 관계자는 “두바이가 허브라는 건 아프리카나 다른 중동국가들과 ‘연결이 잘 된다’는 뜻이지, ‘싸다’는 얘기는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두바이 물류, 어떻게 접근해야 할까





최근 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개최한 ‘2025 두바이 K-푸드 페어’에 사람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



그렇다면 두바이 물류 시장에서 살아남으려면 어떤 전략이 필요할까? 현지에서 성공한 업체들의 경험을 종합해보면 몇 가지 패턴이 보인다.

먼저 대기업들이 관심 갖지 않는 틈새를 파고드는 것이다. 두바이에서 10년째 전문 부품 유통을 하는 모 대표는 ”삼성이나 LG가 하지 않는 소량 특수 장비에 집중했더니 오히려 마진이 더 좋다“고 말했다. 대량 물동량을 다루는 대기업들이 번거로워하는 영역에서 기회를 찾은 셈이다.
단순 운송에서 벗어나 부가가치 서비스를 결합하는 것도 중요하다. 한 화장품 유통업체는 단순히 제품을 들여오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현지 규정에 맞는 라벨링, 할랄 인증 지원, 매장별 맞춤 포장까지 원스톱으로 제공한다. “물건만 나르는 업체는 언제든 대체될 수 있지만, 토털 솔루션을 제공하면 고객이 쉽게 떠나지 않습니다”
IT시스템 도입도 빼놓을 수 없다. 재고가 어디에 얼마나 있는지, 주문이 어느 단계에 있는지 실시간으로 추적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춘 업체들이 경쟁에서 앞서고 있다. 특히 코로나 이후 비대면 업무가 늘면서 이런 시스템의 중요성이 더욱 커졌다. 마지막으로 현지 전문업체와의 파트너십이다. 통관, 창고, 운송, 세무를 각각 다른 전문업체에 맡기는 것이 혼자 다 하려다 망하는 것보다 훨씬 현명하다.


화려함 뒤에 숨은 현실





두바이 다운타운 전경



두바이는 분명 매력적인 물류 허브다. 하루 만에 중동 전체로, 이틀이면 아프리카까지, 사흘이면 남아시아 전체로 물건을 보낼 수 있는 곳이 세상에 몇이나 될까. 생각보다 비용과 절차가 복잡하다고 해서 이런 지정학적 가치까지 사라지는 건 아니다.

다만 성공하려면 ‘중동 최대 허브’라는 화려한 간판에만 현혹되면 안 된다. 실제 비용 구조가 어떻게 되는지, 어떤 절차를 거쳐야 하는지, 언제 어떤 변수가 생길 수 있는지를 미리미리 파악해두는 것이 먼저다.
준비 없이 뛰어들었다가 예상치 못한 비용과 지연에 허둥대는 업체들을 너무 많이 봤다. 반대로 철저히 준비하고 현실적으로 접근한 업체들은 두바이라는 플랫폼을 제대로 활용해 중동 전체와 아프리카까지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다음 연재에서는 또 다른 두바이 비즈니스의 성공 키워드를 알아보겠다.
※ 도움말 및 참고자료 = 두바이 현지 물류업체 관계자 및 컨설팅 업체 인터뷰, 두바이 관세청(Dubai Customs) 통관 가이드라인, 두바이 사우스(Dubai South) 자료, UAE 산업첨단기술부(MoIAT) 인증 안내서, 두바이국제공항공사(Dubai Airports) 통계, 무역협회 UAE지부 자료, 코트라 두바이 무역관 자료 종합
[원요환 UAE항공사 파일럿 (前매일경제 기자)]
john.won320@gmail.com

아랍 항공 전문가와 함께 중동으로 떠나시죠! 매일경제 기자출신으로 현재 중동 외항사 파일럿으로 일하고 있는 필자가 복잡하고 생소한 중동지역을 생생하고 쉽게 읽어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