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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민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



《종교적 가르침을 논리로 설득할 수 있을까. 논리를 통해 설득된 가르침은 논리에 의해 기각될 수 있다. 그것은 논변의 영역이지 믿음의 영역이 아니다. 무엇인가 믿는 것은 그 세계관을 통째로 접수하고 그 안에서 헤엄친다는 뜻이지, 맞는지 안 맞는지 조목조목 논리적으로 따지는 일이 아니 주부대출 다. 그러니 ‘믿음’이라는 말조차 부적절하다. ‘믿음’이라는 말에는 믿지 않을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 서려 있으니까. 길을 걸을 때 눈앞의 땅이 꺼지지 않을 것을 믿고 걷는가? 믿고 말고 따지기 전에 그저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며 걷지 않던가. 그냥 받아들이는 것이다. 땅의 견고함을 받아들여야 비로소 땅을 잊고 걸을 수 있다.》

우리은행 오토론 이처럼 무엇인가를 흠뻑 받아들이는 일은, 그것을 믿고 있다는 생각 자체를 넘어선다. 그러면 인간은 무엇을 흠뻑 받아들이는가? 인간은 까탈스럽다. 아무거나 받아들이지 않는다. 그러나 무엇인가 진짜 흠뻑 받아들였을 때는, 받아들인다는 말조차 부적절하다. 어느 순간 그것을 ‘이미’ 받아들인 자신을 발견하니까. 그러므로 이렇게 표현하는 것이 낫겠다. 어떻 개인파산이란 게 하여 무엇인가 받아들인 자신을 발견하게 되는가? 태어난 순간부터 마치 공기처럼 자신의 주변에 있어 왔다면 그것을 그저 받아들이게 된다. 물고기에게 물이 그렇듯이, 아이에게 모태 신앙이 그렇듯이. 자신의 결핍에 딱 부응하는 대상을 마주하게 되어도, 너무나 매력적인 대상을 마주하게 되어도 그것을 흠뻑 받아들이게 된다. 대상의 매력에 감전되는 것이다. 그것의 중고자동차담보대출 아름다움에 의해, 신성함에 의해, 찬란함에 의해 휘청하는 것이다. 그것이 없으면 제대로 서 있을 수조차 없을 것 같은 자신을 발견한다.
언제 어디서 그러한 일이 일어나는가? 무엇인가 범상치 않은 곳, 무엇인가 압도적인 곳, 탄식이 나오도록 휘황한 곳, 자신보다 높고 자신보다 깊은 곳, 그런 곳에서 그런 일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 고딕 한국장학재단 생활비대출 상환 성당은 바로 그러한 일이 일어나도록 설계된 장소다. 오늘날 유럽에 남아 있는 고딕 성당은 고층 건물들과 함께 서 있는 경우가 많다. 그러니 고딕 성당의 위용을 느끼려면 주변의 고층 건물들을 소거해야 한다. 그래야 대성당과 주변 환경과의 현격한 차이를 실감할 수 있다. 작은 것들 사이에 마치 미친 폭포수가 얼어붙은 것처럼 서 있는 대성당의 모습에 많은 사람들이 경외심을 가졌을 것이다.
고딕 성당은 그 외양부터 압도적이다. 하늘을 찌를 듯이 솟은 첨탑, 뾰족하게 솟은 아치, 벽을 수놓고 있는 수많은 조각들, 아름답게 치장된 팀파눔(고전 건축 전면에 보이는 삼각형 장식)과 파사드(건물 정면 외벽 부분), 그리고 시조새의 날개처럼 성당 외벽을 받치고 있는 플라잉 버트레스. 이러한 화려한 외양은 그보다 더 대단한 내부를 보호하고 있다는 인상을 준다. 고딕 성당의 외부가 기골이 장대한 뼈와 근육이라면, 실내는 그 대단한 외부가 보호하고 있는 심오한 내면이다. 외부가 화려할수록 그 화려한 외부가 보호하고 있는 내면에 대한 기대가 용솟음친다.
그 외관부터 하얗게 번쩍이며 사람들을 압도하는 밀라노 대성당을 보라. 정말 무엇인가 대단한 게 그 안에 숨쉬고 있을 것 같지 않은가. 일본의 에세이스트 스가 아스코는 밀라노 대성당은 의외로 그에 값하는 실내를 갖고 있지 못하다고 불평한 적이 있다.



프랑스 파리 노트르담 대성당(왼쪽 사진)과 샤르트르 대성당(오른쪽 사진)은 화려한 외연을 가뿐히 감당할 수 있는 장엄함과 숭고함까지 내부에 갖췄다. 사진 출처 위키피디아·공식 홈페이지



그에 따르면, 노트르담 대성당이나 사르트르 대성당이야말로 그 화려한 외부를 감당하고도 남을 숭고함으로 내부를 가득 채운다. 고딕 성당의 내부에 들어가면, 긴 복도가 방문객을 맞고, 그 복도의 끝에는 화려함의 극을 달리는 제단이 마련되어 있으며, 양쪽 벽은 그간 수집한 명화들로 가득 차 있다. 전례가 시작되면 향이 퍼지고 음악이 흐르며, 전례 참여자들의 피부에서는 땀이 식고, 마음에는 고요함이 찾아든다. 아아, 아름답다. 왜 이 모든 아름다움이 필요하단 말인가. 그곳은 세속의 논리가 필요한 곳이 아니기 때문이다. 세속의 법을 초월하려고 존재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한갓 범부에 불과한 당신도 큰 권력을 쥐면, 법이나 규범을 초월하고 싶은 마음이 들 수 있다. 나약한 인간이니까 망상을 품을 수 있다. 쿠데타를 일으켜 일상적인 법의 외부에 서고 싶을 수 있다. 공포에 질린 사람들이 법 위에 있는 당신을 두려워하게 하고 싶은 욕망이 생길 수 있다. 남들의 우위에 서고 싶은데 기존 법과 규범을 지켜서는 그 우위를 점할 수 없을 때, 그런 충동이 고개를 들 수 있다. 법을 넘어선 존재가 되어 자기 위주의 법을 선포하고 싶은 충동이 들 수 있다. 증세가 심해지면, 감히 쿠데타를 꿈꿀 수 있다.
민주공화정에서 감히 쿠데타를 꿈꾸어서는 안 되지만, 만에 하나 그런 충동이 느껴진다면, 거사를 시작하기 전에 먼저 거울을 보기 바란다. 다리를 쩍 벌리고 앉지는 않는지, 평소에 세수는 잘하는지, 얼굴에 피지는 없는지, 귀 뒤편까지 비누로 싹싹 닦았는지, 옷매무새는 단정한지, 눈빛은 탁하지 않은지, 목소리는 적당히 저음인지, 저음에 걸맞은 태도가 장착되어 있는지, 그 목소리와 태도에 적절한 내용을 담을 수 있는지, 타인에 대한 연민과 무관심을 적절한 비율로 섞어 초연하고도 슬픈 표정을 지을 수 있는지, 안광이 그윽하게 촉촉한지, 피부는 충분히 곱고 투명한지, 쇄골은 애타는 듯한 음영을 드리우고 있는지.
왜 이런 것들을 살펴야 하냐고? 근거도 없이 법과 규범을 초월하려면, 최소한 상대에게 심미적 체험이라도 제공해야 하니까. 눈이 부실 정도의 대상이어야 사람들은 잠시나마 파격을 용인하니까. 자, 거울을 보라. 그리고 쿠데타는커녕 쿠데타의 ‘ㅋ’도 꿈꾸지 말라.
김영민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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