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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오원님희 댓글 0건 조회 7회 작성일 25-01-10 1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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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모든 존재 가운데 가장 모방을 잘한다. 재능있는 인물이나 재주 없는 인물이나 늘 모방한다. 이를테면 모두 술과 담배는 잘 따라 한다. 또 모두 나름의 롤모델을 모방하며 무섭고 불투명한 앞날을 향해 나간다.
모방은 도덕상의 또는 가치 평가상의 기준이 되기도 하는데, 매우 반대되는 두 측면에서 그렇다. 한편에서 최악으로 변질된 모방을 도덕적으로 비난할 때 그것은 ‘표절’이라는 이름을 지닌다. 한 사회의 모든 도덕적 규범을 낡은 것으로 여기고 그 사슬을 끊어버리고자 하는 급진적인 예술가도 표절이라는 금줄을 넘어서는 것만은 도덕적 수치로 여긴다.
이와 완전히 반대되는 편에서 모방은 가치 기준의 표식이 대구미소금융중앙재단 되기도 한다. 예를 들면, 스포츠와 무술의 기본이 무엇인가? 선생이 알려주는 모범적인 자세를 그대로 모방하는 것이다. 특히 ‘운전’ 같은 실생활에 필요한 기술을 배울 때는 반드시 선생이 알려주는 동작을 모방해야 하며, 무모하게 창의성을 발휘하려는 시도는 절대 해서는 안 된다. 그런 시도는 거대한 사고(事故)를 가져 올 수 있으리라. 제사나 식사법 같은, 부동산담보추가대출 몸으로 익혀야 하는 형식적인 예절도 모방의 대상이다. 학생이 제대로 모방했을 때 제대로 된 인간이다, 훌륭하다 등 가치에 대한 평가가 들려온다. 이렇게 모방은 한 부족의 중심에 들어앉은 신처럼 한편으로는 비난을, 다른 편으로는 칭찬을 쏟아내며 인간 삶을 주관한다. 요컨대 모방은 인간이 사는 방식 자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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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를 정밀하게 모사(模寫)하고 있다. 이런 행위는 인간 삶 전반에서 광범위하게 빚어지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모방에 대한 논의의 기원에는 예술이 있다.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는 예술이 바로 모방, ‘미메시스’에서 생겨난다는 것을 세련된 이론을 통해 확인한 최초의 사 솔로몬저축은행무직자 람들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그의 예술론을 담고 있는 ‘시학’에서 모방이란 인간의 본성에서 기인한 행위이며, 예술은 색채나 형태, 율동, 소리 등을 모방하는 데서 성립한다고 말한다. 무엇보다 인간은 실물이 아니라 모방된 것에서 ‘쾌감’을 느끼기에, 모방이 예술 작품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것이다. “아주 보기 흉한 동물이나 시신의 모습처럼 실물을 볼 때면 불쾌 신용조회서 감만 주는 대상이라도 매우 정확하게 그려놓았을 때에는 우리는 그것을 보고 쾌감을 느낀다.”(천병희 역)
플라톤 역시 예술의 기원을 모방에서 찾지만, 아리스토텔레스와 달리 바로 이 모방 때문에 예술을 비난한다. 플라톤의 ‘국가’의 한 구절이다. “화가는 구두 만드는 사람과 목수 그리고 다른 장인들을 우리에게 그려는 주지만, 이 기술들 가운데 어느 하나에 대해서도 정통하지 못하다고 우리는 말하네.”(박종현 역) 예술가는 장인들의 외관은 훌륭하게 모방하지만, 본질에 해당하는 그들의 기술에 대해서는 전혀 알지 못한다. 본질이 아닌 외관만을 흉내 낸다는 점에서 예술은 비난받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어떤 정치가를 선전하는 그림이나 광고의 경우를 생각해 보자. 그 작품들은 한 사람이 가진 정치가로서의 그럴듯한 외관을 잘 흉내 낼 수는 있지만, 정치가로서 그가 가진 실제 능력은 전혀 알려주지 못한다. 그 결과 시민들로 하여금 가짜 외관에 속아 무능한 이를 중요 직책에 선출하게끔 유도할 수 있다. 반대로 예술은 흑색선전의 도구가 되어 공동체에 가장 필요한 현자를 위해 한 인물로 둔갑시켜 버릴 수도 있다.(희극 작가 아리스토파네스가, 궤변가로 희화해 버린 소크라테스가 여기 해당한다.) 이런 맥락에서 예술적 모방에 대한 플라톤의 비난은 도덕적 비난이다. 현대에 와서 사르트르는 ‘공식초상화’를 별 볼 일 없는 그 초상화 주인(권력자)의 외모가 가진 단점을 숨겨서 그를 괜찮은 사람으로 둔갑시키는 일종의 사기술로서 분석하는데, 이때 사르트르는 예술을 도덕적으로 비난하는 플라톤의 전통에 서 있는 것이다.
그러나 앞서 말했듯 모방은 예술의 영역에 국한되지 않고, 오히려 인간이 사는 방식 그 자체이다. 이런 관점에서 가장 먼저 주목해야 하는 사상가가 스피노자이다. ‘에티카(윤리학)’에서 스피노자는 사람들이 정서적 차원에서 서로 모방 관계를 형성한다는 점을 간파했다. 인간은 타인이 가진 정서를 모방한다. 그래서 동감의 마음을 가지게 된다. 또 타인이 자신의 정서를 모방하기를, 즉 자신과 같은 기쁨이나 슬픔을 가지길 요구한다. 연인이나 부모 자식 사이에서도 그러한데, 자기에게 즐거움을 주었던 음식이나 놀이를 상대방에게도 집요하게 강요하는 경우에서 이를 찾아볼 수 있다. 이러한 사실이 알려주는 것은 인간은 이성적 의사 결정의 공동체이기에 앞서 정서 모방의 공동체라는 점이다.



스피노자


스피노자처럼 하이데거 역시 통상적으로 인간이 타인을 모방하면서 살아나간다는 점을 잘 알고 있었다. 그는 ‘존재와 시간’에서 말한다. “우리는 남들이 즐기는 것처럼 즐기며 좋아한다. 우리는 ‘남들’이 보고 판단하는 것처럼 읽고 보며 문학과 예술에 대해 판단한다.…‘남들’이 격분하는 것에는 우리도 ‘격분한다.’”(이기상 역) 한마디로 우리에겐 애초부터 주어진 독창성 같은 것은 없다. 우리는 늘 타인의 마음을 베끼고 있는 것이다. 남들이 좋아하는 책을 우리도 좋아하며, 남들이 줄 서서 보는 예술품 앞에서 우리도 남들처럼 감동한다. 단지 좋아함이나 싫어함 같은 정서가 아니라, 그런 정서를 만들어내는 ‘판단 자체’를 남들에게서 모방하는 것이다. 우리는 남들처럼 ‘좋다’고 판단하고 남들처럼 ‘싫다’고 판단한다. 특히 예술 작품을 판단할 때 그런 경우를 많이 보지 않는가? 이미 남들이 만들어 놓은, 유명한 고전 작품에 대한 평가를 바탕으로 그 작품을 대하는 일이 적다고 할 수 없다. 잠깐 지나가면서 지적하자. 칸트는 인간이 지닌 능력 가운데 판단력은 ‘타고난’ 고유의 능력이며, 따라서 학습할 수 있는 능력이 아니라고 한 바 있다. 그런데 우리가 보았듯 모방이 무엇보다도 ‘타인의 판단에 대한 모방’이라면, 칸트의 저 생각은 수정해야 할지도 모르리라.
이렇게 우리는 인간 삶 전반이 광범위하게 모방 행위에 빚지고 있다는 것을 보았다. ‘미니마 모랄리아’에서 아도르노가 쓰고 있는 다음과 같은 문장은 우리가 모방과 관련해 탐색해 왔던 바를 요약해주는 글로 사용할 수 있다. “인간적인 것은 ‘모방’과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 인간은 다른 인간 존재를 모방함으로써 인간적이 되는 것이다.”(김유동 역)
이야기했듯, 모방은 정서의 차원 등 의식적인 이성적 활동 이전에 많은 부분 이루어진다고 할 수 있다. 다르게 말하자면 이성적 계산이 개입하는 것보다 빨리 모방은 인간의 삶을 만들어나간다. 이성 이전의, 삶의 가장 원초적인 차원의 모방이라 할 만한 것이 여기에 있으니 바로 ‘잠을 자는 행위’이다. 이 행위에 대한 성찰은 우리를 모방이 지닌 보다 깊은 차원으로 이끌 것이다.
메를로퐁티는 ‘지각의 현상학’에서 이 잠자는 일의 모방에 대해 다음과 같이 쓰고 있다. “나는 나의 침대 위에서 왼쪽으로 모로 누워 무릎을 굽히고 눈을 감고 있으며 숨을 천천히 쉬면서 나의 계획들로부터 풀려난다.…디오니소스의 종교의식에서 신자들이 신의 삶의 장면들을 흉내 냄으로써 신에게 구원을 비는 것처럼, 나는 잠자는 사람의 호흡과 그 자세를 모방함으로써 잠이 오기를 청한다.…잠이 ‘오는’ 순간이 있고, 잠은 내가 제의하고 있었던 잠의 모방에 의거해서 과해지며, 나는 내가 그런 존재인 체하고 있었던 그런 존재가 되는 데 성공한다.”(류의근 역) 디오니소스 종교의 신자만 자신의 신을 흉내 내는 것이 아니다. 현대 종교의 사제도 최후의 만찬에서의 예수의 행동을 따라 한다. 신자들 역시 성체를 영한 예수의 제자들을 따라 함으로써 그 제자들과 마찬가지로 신과의 관계에 들어간다. 같은 맥락에서, 잠자기를 원하는 자가 자기 위해서는 잠자는 자의 자세를 모방해야 한다. 눕거나 기대고, 호흡을 느리게 하고, 무엇보다 눈을 감아야 한다. 그렇게 해서 잠이 찾아오면 자려는 자는 자기가 그 모습을 흉내 낸 자, 곧 잠에 빠져든 자의 ‘존재와 일치’한다.



이것이 알려주는 것은 무엇인가? 가장 심오한 차원에서, 모방은 둔갑의 문제 또는 존재론적 문제라는 것이다. 저 모방의 기원은 모든 인간의 뿌리가 자라나온 아득한 옛날로 올라간다. 토템 신앙의 사제가 부족이 모시는 토템의 성격과 모습을 흉내 낼 때 사제는 바로 그 토템의 현현 자체가 된다. 그럼 신화를 모두 잃어버린 우리 현대인은? 불만의 하루를 마치고 어지러운 잠을 자는 밤, 설치류의 동굴 같은 각자의 꿈속에서야 비로소 자기가 되고 싶은 것을 모방한다.
서강대 철학과 교수
■ 용어설명 - 토템
주로 원시 사회에서, 특정 집단 및 그 구성원이 종교적으로 관계를 맺고 있다고 생각되는 동식물 등 자연물을 가리킨다. 토테미즘은 이를 숭배하는 경우를 의미한다. 한국을 예로 들면 단군 신화에 ‘곰 토템’ ‘호랑이 토템’ 등이 반영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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