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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7일 오전 11시 홍콩섬 완차이 지구 도심. 구불진 90도 비탈길을 올라가자 ‘임대 구함’(For lease) 안내문이 붙은 빈 가게가 줄을 이었다. 이 와중에 귀에 익은 한국 음악이 들렸다. 손님 맞이 준비에 한창인 한식당에서 흘러나온 노래였다. 고기구이 전문점 전포식육의 한 직원은 기자에게 “점심 12시가 되면 인근 직장인들이 몰려온다”며 “한국인보다 현지인이 훨씬 많다”고 말했다.



지난달 26일(현지시간) 홍콩 센트럴-완차이에서 임대 구함이라는 문구가 적힌 종이들이 상가 곳곳에 아파트 청약 1순위 붙여있다. 홍콩=한지혜 기자





지난달 27일(현지시간) 홍콩 완차이의 한식당 전포식육. 점심시간을 앞두고 손님맞이 준비에 한창이다. 홍콩=한지혜 기자


전포식육에서 걸어서 5분 조회서비스 정도 거리인 칼국수 전문점 서울제면소에서도 한국어 대신 광둥어와 영어가 들렸다. 완차이 지구 인근의 센트럴에 위치한 유명 치킨 브랜드 BBQ도 현지인을 저격한 각종 한식을 선보이고 있었다. 주력 메뉴인 치킨뿐 아니라 김밥, 비빔밥, 삼계탕 등 한식이 메뉴판에 즐비했다.



국민은행 채용 지난달 26일(현지시간) 홍콩 센트럴에 위치한 BBQ치킨의 메뉴판. 홍콩=한지혜 기자


센트럴과 완차이에서 만난 홍콩 시민들도 한식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홍콩 원룽에 거주하는 한 20대 직장인은 “대부분의 한식당이 도심에 있어 점심때 자주 간다”며 “만약 집 주변에도 있다면 자주 찾을 것 같다 상환금 ”고 말했다. 센트럴의 한 금융기관에 종사하는 또 다른 직장인은 “홍콩에서 넷플릭스 예능 ‘흑백요리사’가 흥행한 후 한식 인기가 더 많아진 것 같다”고 말했다.



코로나 불황 속 전문화 한식당은 확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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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지난달 27일(현지시간) 홍콩 침사추이에 위치한 대형 쇼핑몰 K11 뮤제아 내 푸드코트의 한식코너 오빠(OPPA). (아래)같은날 센트럴의 한식당 삼식. 홍콩=한지혜 기자



홍콩에 한식 열풍이 불고 있다. 이재연 홍콩총영사관 상무관은 “홍콩 사정이 좋지 않은 와중에 한식당의 확장은 놀라운 일”이라고 강조했다. 코로나19 이후 홍콩에 불어닥친 요식업 불황 속에 특정 메뉴를 전문적으로 내세운 한식당이 급성장했다는 얘기다. 글로벌 부동산 기업 존스랑라살(JLL)의 미셸 치우 소매부문 디렉터는 “지난해 홍콩에서 신규 브랜드 증가율은 외국계 전체론 전년도 대비 57% 늘어났지만, 한국 브랜드는 111%나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홍콩 한인요식업협회에 따르면 홍콩 내 한식당은 약 451곳이다. 최근엔 청완, 츠완, 타이포 등 홍콩 현지인 거주지까지 확장되고 있다.




김영희 디자이너


특히 2023년 이후 전문화된 한식당이 늘어나면서 전포식육, 서울제면소, 홍대미쓰족발, 계림닭도리탕, 새마을식당, 푸라닭 등이 주목받고 있다. ‘오징어 게임’ ‘흑백요리사’와 같은 한국 콘텐트가 홍콩 소비자들에게 한식을 더욱 친숙하게 만들었다. 이종석 홍콩한인요식업협회 회장은 “코로나 이후 중국 방문이 어려워지면서 홍콩 내 여가 소비가 증가했고, 넷플릭스 영향으로 한식에 대한 관심도 커졌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26일(현지시간) 홍콩 완차이의 한식당 서울제면소. 홍콩=한지혜 기자


한국어를 독학하는 현지인도 늘고 있다. 기자와 동행했던 현지 통역사 체리와 크리스틴은 한국어로 “한 번도 한국을 가본 적 없지만, K-팝과 드라마를 보면서 스스로 공부했다”고 말했다.



주 11회 외식…집에선 요리 잘 안 한다
홍콩은 외식 문화의 천국이다. JLL에 따르면 홍콩 시민은 평균 주 11회 외식을 한다. 여성 근로자의 증가, 맞벌이 부부의 보편화, 좁은 주거 공간 등의 이유로 가정에서 요리하는 일이 적기 때문이다.












지난달 27일(현지시간) 오전 6시30분 홍콩 완차이의 한 거리에서 여성 인부들 3명(왼쪽)과 남성 인부 1명이 작업에 나서고 있다. 홍콩=한지혜 기자





지난달 27일(현지시간) 오전 6시40분 홍콩 완차이의 한 거리에서 여성 환경미화원 1명이 서 있다. 홍콩=한지혜 기자



실제 기자가 방문한 웰컴마트, 세븐일레븐 등 현지 마트에선 볶음면과 닭구이, 볶음밥 등 전자레인지 조리가 가능한 밀키트가 다량 판매되고 있었다. 김치볶음밥, 군만두 등은 냉동고 하나를 통째로 차지하고 있었다.





지난달 27일(현지시간) 홍콩 완차이의 웰컴마트에서 냉동칸에 한국 브랜드 냉동만두가 가득차 있다. 홍콩=한지혜 기자





지난달 27일(현지시간) 홍콩 완차이 세븐일레븐에서 냉장칸에 김치볶음밥 밀키트가 있다. 홍콩=한지혜 기자



배달 시장도 급성장 중이다. 시장조사기관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지난 2017년 홍콩의 배달 서비스 시장 규모는 5억달러(약 7310억원)에 불과했으나, 코로나19를 거치면서 빠르게 성장해 2023년에 8억7000만달러(약 1조 2720억원)로 늘었다. 지난해부터 연평균 3.9% 성장해 2028년엔 10억6000만달러(약 1조 5498억원)규모로 성장할 거란 전망이 나온다. 배달서비스 기업 딜리버루가 지난해 5월 1200명의 배달 기사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홍콩인에게 가장 인기 있는 야식 메뉴인 치킨에서 굽네치킨과 이가치킨 등 한국 브랜드가 인기를 끌고 있다.




아시아 시장 진출 발판인 홍콩
홍콩은 중국 본토와 가깝지만, 독자적인 통화(홍콩달러)와 언어(영어·광둥어)를 사용하고 있다. 지난 2018년 중국 본토와 홍콩을 잇는 광선강 고속철 개통과 홍콩-주하이-마카오를 잇는 강주아오 대교 개통까지 이어지면서, 홍콩은 아시아 시장 진출의 발판이 되고 있다. 홍콩, 마카오, 광동성 등 9개 도시를 아우르는 웨강아오대만구(GBA)도 풍부한 인재 및 새로운 사업기회를 확보할 수 있는 투자 요충지다. GBA의 인구수는 8600만명으로, 국내총생산(GDP)은 2조 달러(약 2924조원) 규모다.




지난달 26일(현지시간) 홍콩 센트럴-완차이 지역 풍경. 홍콩=한지혜 기자


홍콩은 또 한국과 이중과세방지협약(DTA)을 체결해 세금 부담이 적다. 법인세율도 최소 8.25%로 낮고, 부가가치세(VAT), 상속세, 주식 양도세 등이 없다. 한국 요식업체들이 진출하기에 유리한 환경이다.
해외기업의 홍콩 법인 설립을 지원하는 홍콩투자청은 지난달 25일부터 사흘간 ‘한국 요식업 대표단’ 행사를 열어 12곳의 한국 프랜차이즈를 초청했다. 알파 라우 투자청장은 대표단을 환영하는 자리에서 “이번 프로그램을 통해 유익한 정보를 얻고 좋은 비즈니스 네트워크를 형성하며 새로운 친구도 사귀길 바란다”라며 기대감을 비췄다.
올에프엔비의 방경석 대표는 “중국 진출 전 홍콩 계약을 먼저 고려하고 있는데 정통 한국 요리를 홍콩에서 선보일 날을 기대하고 있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행사를 주최한 홍콩투자청 한국사무소의 서영호 대표는 “K푸드가 홍콩에서 더 큰 성공 이루고 중국 및 아시아 시장으로 진출 이어지길 바란다”고 기대했다. 행사를 후원한 홍콩경제무역대표부의 윈섬 아우 수석대표도 “K-컬처의 세계적인 인기에 힘입어 홍콩에서도 한국 음식에 대한 관심이 계속 높아지고 있다”라며 “앞으로도 홍콩과 한국 기업 간 상호 이해를 증진하는 이 공동 협력 사업을 적극 지원하겠다”라고 밝혔다.
홍콩=한지혜 기자 han.jeehy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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