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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프리다>는 멕시코 천재 화가 프리다 칼로의 고통과 환희가 공존한 삶을 프리다의 대표작들을 모티브 삼아 토크쇼와 쇼뮤지컬 형식으로 담아냈다. EMK뮤지컬 제공


지난 8월 4일, 서울과 제주에서 ‘상통하면서 대치’하는 국제학오션
술대회가 동시에 열렸다.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광복 80주년 기념 국제학술회의’(한국 현대사의 새로운 시각: 탈식민, 군정, 민주주의)와 제주대학교에서 열린 ‘비판적섬연구 국제학술대회’(군도적 전환과 다른 아시아들: 문학, 정치, 문화 속의 행성적 돌봄)다. 각기 역사와 인문학을 대표하는 별도 행사인데 곱씹을수록 동전의 양면처럼 연결된다.대한상공회쎄트렉아이 주식
의소에서 스티븐 코트킨 교수(이하 코트킨)는 기조연설 ‘스탈린과 한국: 계산, 계산 착오, 그리고 그 결과’를 통해 한반도 분단은 국제 질서와 소련의 지정학적 이익이라는 ‘구조적 맥락’ 속에서 발생했다고 강조했다. 냉전과 신식민주의 근현대사를 정세와 ‘대륙적 사고’(Continental Thought·서구 중심적 사고)로 다시 들여다본 것이다. 한편 제주대지금펀드가입
에서 가야트리 스피박 교수(이하 스피박)는 기조연설 ‘행성성에 대한 재사유’(Selling Planetarity)를 통해 새로운 연대, 미래의 방향성을 모색했다. 대표적인 탈식민주의 학자로서 오랫동안 개념화한 ‘군도적 상상력’(Archipelagic Imagination·수평적 관계의 섬들이 영향을 주고받으며 문화와 정체성을 형성)과 ‘행성성’(Planet해동선
arity·인간은 행성의 일부이며 행성은 인간의 소유물이 아님을 인식하는 태도)을 재차 화두로 던졌다. ‘구조 속에서 인간이 어떻게 살아남고, 또 다른 가능성을 상상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지는 서로 다른 강연이 서울과 제주에서 동시에 열린 셈이다. 마침 이에 답할 만한 작품이 여러 편 상연 중이다.고통 속 자아의 도피와 직시뮤지컬 <프리다>(추정화 작·연출, 허수현 작곡, 김병진 안무, 이엄지 무대, 이수연 조명)는 멕시코 초현실주의 화가 프리다 칼로(1907~1954)의 삶을 록 음악 기반의 토크쇼와 댄스 퍼포먼스로 표현했다. 화자이며 진행자이자 퍼포머인 프리다(김소향·김지우·김히어라·정유지 분)가 소아마비를 앓은 어린 시절부터 교통사고로 하반신 마비에 이른 전 생애를 털어놓는다. 멕시코 국민 벽화가인 남편 디에고를 은유한 레플레하(전수미·장은아·아이키 분), 어린 시절부터 꿈꿔온 의사이자 고통 없는 삶을 사는 이상향 메모리아(박시인·허윤슬·유연정 분), 교통사고로 30번의 수술을 하면서도 생을 끈질기게 잡아챈 프리다의 죽음과 공생을 대변하는 데스티노(이아름솔·이지연·박선영 분) 등이 마치 4인조 여성 그룹처럼 무대에 연속적인 파열음을 야기한다. 식민주의와 냉전을 겪은 멕시코 예술가로서, 가부장에 휘둘린 여성으로서 분열된 자아인 세 캐릭터는 군도적 상상력에 기반한다. 프리다가 처한 현실은 코트킨이 말하는 구조적 맥락으로 냉정하게 다시 읽는 과거다. 예술가이자 여성으로서 성찰에 이른 삶은 프리다의 유작 ‘비바 라 비다’(Viva la Vida·인생 만세)라는 의미의 화려한 수박 그림으로 방점을 찍는다. 관객들 역시 기립박수로 화답하고 출연진은 화려한 록 콘서트로 에필로그를 이어간다.

는 SNS 속 완벽한 존재인 이상향 캐릭터 차미와 현실 속의 소심하고 평범한 캐릭터 차미호의 상호 인정과 협업이 인상적인 작품이다. 페이지원 제공" class="thumb_g_article" data-org-src="https://t1.daumcdn.net/news/202508/15/weeklykh/20250815145700685tbhr.jpg" data-org-width="1200" dmcf-mid="poYtw7IiCj" dmcf-mtype="image" height="auto" src="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8/15/weeklykh/20250815145700685tbhr.jpg" width="658">

뮤지컬 <차미>는 SNS 속 완벽한 존재인 이상향 캐릭터 차미와 현실 속의 소심하고 평범한 캐릭터 차미호의 상호 인정과 협업이 인상적인 작품이다. 페이지원 제공


뮤지컬 <차미>(조민형 작·작사, 최슬기 작곡, 이수인 연출, 차형도 안무, 최영은 무대, 원유섭 조명)는 SNS에 매몰된 현대인의 자화상을 사랑스럽고 날카롭게 표현하고 있다. SNS 속 완벽한 캐릭터 차미(이봄소리·정우연·허윤슬·박새힘 분)는 실재하는 차미호(임예진·홍나현·이재림·해일리 분)의 불안과 결핍이 만든 이상향이다. 휴대전화 화면을 가운데 두고 양쪽에 위치한 이상형과 현실의 공간은 차미와 차미호의 협업과 대립, 상생으로 거듭난다. 가상인 차미가 원본인 차미호로 대체되려는 순간 김고대(정욱진·조환지·황순종·박희준 분)가 가상에서 실제가 된 캐릭터 오진혁(박희준·서동진·김준영·윤준협 분)을 통해 심각성을 인식하고 조처에 나선다. SNS 속 자아와 실제 자아의 유리(遊離)를 다룬 익숙한 서사 속에서 차별화된 지점은 모든 캐릭터가 서로를 이해하고 상생을 노래하는 마지막 쇼타임이다. SNS 홍수 속에 살아가는 젊은 관객들의 공감과 환호 속 오열을 솔찬히 목격하는 작품이기도 하다.연극 <킬 미 나우>(브래드 프레이저 작, 지이선 각색, 김승완 번역, 오경택 연출, 박상봉 무대, 이채완 조명)는 중증 장애 청소년 조이(최석진·김시유·이석준 분)를 돌보는 아버지 제이크(이석준·배수빈 분)의 이야기다. 조이가 성장하면서 사춘기 호르몬 변화도 스스로 해결하지 못해 고통스러워하자 직접 해결해주는 아버지 제이크의 삶은 아들 주위를 도는 행성 같다. 현실에 있을까 싶은 지고지순한 부성애는 그에게 다가온 불치병으로 더한 나락에 빠진다. 빠르게 진척된 전신 마비로 아들보다 더한 중증 장애인이 된 제이크는 아들에게 간절히 안락사를 청한다. 인생에 한 번은 겪음 직한 간병과 부양, 헌신이 주된 서사다. 고통과 오열을 유발하는 작품임에도 반복 관람하는 마니아들이 많은 이유는 작품의 막을 열고 닫는 목욕 장면과 모두가 정상인인 판타지 장면 때문이다. 환상과 실재를 연극성으로 재해석한 명장면은 인생도 한 판 연극임을 돌아보게 한다.의학과 과학이 대체할 수 없는 본질연극 <디 이펙트>(루시 프레블 원작, 민새롬 번역·연출, 박지선 윤색, 조경훈 무대, 이현규 조명, 이수경 영상)는 항우울증제 임상시험에 대한 현실적인 경고와 암묵을 다룬다. 젠더 벤딩(Gender Bending·남녀 캐릭터를 정하지 않는 경우. 젠더가 바뀌면서 캐릭터 해석과 작품 전체 톤이 달라진다) 캐스팅으로 화제가 됐다. 정신의학자 로나(김영민·이상희·이윤지 분)와 이 프로젝트를 총괄하는 뇌과학자 토비(양소민·박훈·민진웅 분), 피실험자로 참여하면서 약물 투여로 큰 변화를 겪는 코니(박정복·옥자연·김주연 분)와 트리스탄(오승훈·류경수·이설 분)의 혼돈과 고통의 심리변화가 절도 있는 액팅과 동선, 음향디자인과 영상디자인, 조명디자인으로 잘 표현됐다. 전체 프로덕션 디자인은 스마트폰을 가로로 눕혀놓은 것 같기도 하고 정신병동 같기도 하다. 관객들은 캐릭터들의 조증과 울증, 도파민 과대 상황에 대한 심박수 변화를 인지하며 현대인의 보편적 질환인 항우울증 치료제에 속내를 들여다본다. 항우울제로 조율된 감정과 신체 반응을 통해 제도와 기술이 인간의 심리를 어떻게 지배하는지 보여주는 문제작이다.

는 항우울증제 임상시험을 진행하는 의사와 약물로 변해가는 자아 사이에서 고뇌하는 실험 참가자들의 갈등을 담아냈다. 레드앤블루 제공" class="thumb_g_article" data-org-src="https://t1.daumcdn.net/news/202508/15/weeklykh/20250815145702257clhi.png" data-org-width="1200" dmcf-mid="UCjrQldzvN" dmcf-mtype="image" height="auto" src="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8/15/weeklykh/20250815145702257clhi.png" width="658">

연극 <디 이펙트>는 항우울증제 임상시험을 진행하는 의사와 약물로 변해가는 자아 사이에서 고뇌하는 실험 참가자들의 갈등을 담아냈다. 레드앤블루 제공


연극 <아르카디아>(김연민 번역·연출·각색, 김윤지 무대, 성미림 조명, 이화승 영상, 오수희 음악)는 영화 <셰익스피어 인 러브>로 아카데미상을 받은 톰 스토파드의 대표 극작 중 처음으로 한국 무대에 선 것이다. 역사와 허구, 과학과 예술을 여러 층위로 해체해 맞물리는 극작을 김연민 연출이 재해석했다. 19세기 초 영국 귀족 저택과 21세기 현재 그들의 후손이 사는 같은 공간이 무대 위에서 실존 시인 바이런과 과학과 수학 이론을 매개로 교차한다. 천재 소녀와 가정교사, 시인 바이런의 흔적을 추적하는 현대 연구자들의 좌충우돌은 마치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의 영화 <인터스텔라>의 여러 시공간 시퀀스를 연상케 한다. 과학과 신묘함, 기록과 상상이 교차하는 명장면이다. 톰 스토파드 특유의 층위 있는 서사가 시간과 권력,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을 다층적으로 직조한다.이들 작품은 인간의 몸과 마음이 구조적 제약에 갇히거나 이를 넘어서는 과정을 무대 위에 구현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코트킨이 말한 ‘구조 속에서의 선택’과 스피박이 강조한 ‘군도적 상상력과 행성성’을 무대 언어로 구현했다고 해석할 수 있다. 코트킨과 스피박이 서로 다른 장소에서 던진 질문 ‘우리를 억누르는 구조는 무엇이며, 그 속에서 어떻게 다른 세상을 상상할 것인가’에 대한 동시대적 사유이기도 하다. 다른 작품들은 최근 상연이 끝났다. <디 이펙트>·<차미>는 8월 31일, <프리다>는 9월 7일까지 상연한다.이주영 문화칼럼니스트·영상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