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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점령지에 잠입해 취재 활동을 벌이던 우크라이나 여성 기자 빅토리아 로슈치나(27)가 참혹한 고문의 흔적이 가득한 시신으로 돌아왔다. 이 일을 계기로 러시아에 체포·납치·구금된 1만6000명으로 추정되는 우크라이나 민간인들에게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동안 우크라이나 전쟁 속에서 외면돼온 문제였다.


여기자 시신으로 드러난 러시아 만행






우크라이나 기자 빅토리아 로슈치나의 사망 소식이 전해진 지난해 10월 키이우 독알라딘체험머니
립광장에서 열린 추모 행사에서 한 시민이 로슈치나의 영정을 들고 있다. AFP연합뉴스



지난 2월 러시아가 송환한 우크라이나 전사자 시신 757구 속에서 로슈치나의 시신이 발견됐다. 우크라이나 매체 우크라인스카 프라우다 소속 기자인 로슈치나의 사망 소식이 알려진 건 지난해 10월에듀박스 주식
이었다.

DNA 검사 결과 로슈치나로 확인된 시신은 그가 가혹한 고문을 받았음을 보여준다. 발에는 전기고문의 흔적으로 보이는 화상이 있었다. 엉덩이와 머리에는 찰과상이 남아 있었고 갈비뼈도 부러진 상태였다. 목뼈도 부러져 있었는데 이는 목 졸림 피해자에게서 자주 나타나는 모습이다. 뇌와 안구도 빠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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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가디언과 미국 워싱턴포스트, 우크라인스카 프라우다 등의 합동 탐사보도에 따르면 로슈치나는 2023년 7월 말 러시아가 점령한 우크라이나 영토인 자포리자에 잠입했다가 8월 초 러시아군에게 체포된 것으로 보인다. 그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점령지 안에 들어가 취재하는 거의 유일한 언론인이었다.
체포된 로슈치나는 러시아 점령지인 멜리새빛증권아카데미
토폴로 옮겨져 감금됐다가 2023년 말 러시아 내 타간로그의 구금 시설로 이송됐다. 그리고 지난해 10월 러시아군은 로슈치나의 아버지에게 편지를 보내 그가 9월 19일 사망했다고 알렸다.
로슈치나의 죽음과 참혹한 시신은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러시아가 구금한 우크라이나 민간인들이 수용소에서 어떤 상태에 놓여 있는지를 알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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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슈치나는 멜리토폴 수용소에서 고문을 당했다. 수용소 동료들의 증언에 따르면 로슈치나에겐 전기고문이 가해졌다. 그의 팔과 다리에는 칼에 찔린 흉터가 생겼다.
가디언 등 합동 탐사보도팀은 러시아 내 18곳,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점령지 내 11곳 등 총 29개 구금 시설에서 고문이 있었음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로슈치나가 숨을 거둔 타간로그 수용소는 러시아가 운영하는 구금 시설 중 가장 악명 높은 곳이다. 타간로그는 러시아군이 점령한 마리우폴과 가장 가까운 러시아 도시다.


손발 묶고 전기고문·물고문






지난달 19일 러시아와의 전쟁포로 교환에 따라 우크라이나로 돌아온 젊은이들. 로이터연합뉴스



수감자 교환을 통해 돌아온 우크라이나 민간인들의 진술에 따르면 지난해 가을까지 타간로그에서 최소 15건의 우크라이나인 사망 사고가 발생했다. 타간로그에 구금됐던 모든 우크라이나인들은 지속적인 고문을 당했다고 증언했다. 한 전직 군인은 “발가락 사이에 클램프를 부착한 채 전기의자에 두 번 앉았다”고 말했다. “10~15분 동안 철봉에 거꾸로 매달아 놓고 심하게 구타했다” “물고문을 위한 욕조가 있는 방에서 경련을 일으킬 때까지 물 속에 처박혀 있다가 다시 살아나야 했다” 같은 증언도 보고됐다. 타간로그 수용소에선 러시아 연방보안국(FSB) 요원들이 고문과 심문을 담당한다.

구금된 우크라이나 민간인 대부분은 특별한 혐의도 없이 수개월 또는 수년 동안 갇혀 있다. 그들은 편지를 보내거나 소포를 받을 권리가 없으며, 러시아는 그들이 어디에 수감돼 있는지조차 확인해주지 않는다. 법률 전문가들은 러시아가 점령지에서 우크라이나 민간인들을 억류·구금하는 이유가 불분명하며 러시아 법률상으로도 불법이라고 말한다.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러시아가 구금한 우크라이나 민간인은 최소 1만6000명으로 추정된다. 구금된 이들은 구호활동가와 기자, 사업주, 지역 정치인, 교회 지도자, 그리고 침략에 저항한 것으로 의심되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점령지와 러시아 내 180개 이상의 시설에 분산 수용돼 있다.


민간인 수감자 석방 최우선해야






러시아에 억류된 우크라이나 군인과 민간인들의 석방을 요구하는 지난달 30일 키이우 집회 참가자들이 플래카드에 실종자 이름을 적고 있는 모습. EPA연합뉴스



로슈치나의 죽음과 합동 탐사보도로 밝혀진 러시아 수용 시설 상황은 우크라이나인 수감자들의 생명이 위태롭다는 사실을 가리키고 있다. 하지만 현재 미국이 주도하는 우크라이나 평화 계획에는 수감자 문제 관련 언급이 전혀 없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인권단체들은 러시아에 억류된 우크라이나 민간인들이 무조건 석방돼야 한다며 세계 지도자들이 이를 평화협정의 핵심으로 삼을 것을 촉구하고 있다.

민간인 수감자 가족 단체의 공동 창립자인 카리나 말라코바-디아추크는 미국이 평화협정을 추진하면서 영토나 안전보장 등에 대해 합의하기 전에 수감자 석방이 이뤄져야 한다고 BBC에 말했다. 그는 “먼저 모든 사람을 집으로 데려오기 위한 합의가 있어야 하고, 그 이후에야 다른 협상을 시작해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이 문제(수감자 석방)에 대한 모든 것이 동결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게티이미지뱅크


2022년 노벨평화상을 공동 수상한 인권단체인 우크라이나 시민자유센터와 러시아 메모리알은 러시아로 끌려간 모든 우크라이나 전쟁포로와 민간인 억류자, 어린이의 석방을 촉구하는 캠페인 ‘피플 퍼스트’를 창설했다.
메모리알 대표인 올레그 오를로프는 “러시아는 그들을 아무런 조건 없이 놓아줘야 하지만 그걸 기대하기는 매우 어려울 것”이라며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점령군과 협력한 혐의로 체포한 시민들을 석방함과 동시에 러시아가 억류된 우크라이나 민간인들을 풀어주는 것이 해결책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남중 선임기자 nj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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